포탈라는 관세음보살이신 달라이 라마가 계시고 여러 보살님들이 인간으로 거듭 환생하는, 수많은 린포체들이 내려와 계신 신들의 땅이다. 하기에 티벳 사람들에게 라싸는 단순한 수도(首都)가 아니라 성스러운 순례지이다.
전에 라싸에 오는 사람들은 최소한 세 번은 링꼴을 돌고 라싸로 들어갔다. 링꼴은 시의 외곽을 도는 순례길이고 바꼴은 조캉을 도는 순례길이다. 순례자들은 수천 수백 리 길을 걸어서 라싸에 도착한다. 다시 절을 하거나 만뜨라를 염송하면서 8㎞에 달하는 링꼴을 수도 없이 돌고 나서야 비로서 시내로 들어와 다시 바꼴을 돌고, 포탈라를 돌고, 조캉을 참배한다.
순레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던 링꼴의 곳곳에 중국 정부는 임시 건물, 아파트, 관공서 등을 배치해 의도적으로 링꼴을 없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조차 부처님을 지우지는 못했다. 지금도 그 장애물들을 비켜가며 링꼴을 도는 많은 순례자들이 있다.
그렇게도 고대하던 라싸에 들어가는데 예상했던 특별한 환희나 감동도 없이, 꼬라도 못 돌고, 절도 한 번 못하고 일제 버스에 앉아 무례하게 흙먼지를 일으키고 소음을 내며 피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계엄령이 선포된 신들의 땅으로 들어갔다.

티벳의 수도라기보다는 후미진 중국 어느 변방의 도시에 온 것 같았다. 간판이 온통 한문으로 되어 있고 거리의 젊은이들은 티벳옷을 입지 않아서 중국인들과 구별할 수도 없었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라싸 사람은 누구나 중국말을 안다. 현재 티벳 전체 인구 중 중국인이 50%를 넘고 라싸는 70%를 넘는다. 모두 1959년 이후에 들어온 중국인들로 중국 특유의 티벳 민족 말살 정책에 의한 것이다. 한족에 섞여 이미 사라져 버린 만주족처럼 티벳도 사라질 거라는 달라이 라마의 우려를 실감 할 수 있다.
거리풍경도 그렇지만 티벳의 최고급, 초현대식이라는 호텔의 안팎 꾸밈새는 라싸에 왔다는 실감을 더욱 희석시켰다. 방마다 칼라 텔레비젼과 에어컨과 산소 공급기까지 달아 놓았는데 서구적으로 꾸미고자 한 의도가 빗나가 여러 가지가 어설펐다. 마치 병원이나 관공서 같았다. 4백개의 객실에 손님은 우리 11명 뿐이었고 오래 사용하지 않아 썰렁하고 먼지 냄새가 퀴퀴하게 났다.

휑뎅그렁한 로비로 들어서는데 티벳 국경을 넘고는 처음 보는 안경 낀 넥타이 남자가 다가왔다. 라싸에 도착하자 더욱 긴장하고 굳어지는 ‘장’과는 달리 이(李)는 세련된 매너에 매끄러운 영어로 자신은 서장 청년이며 여행사 직원이라고 소개하고, 우리 일행이 라싸에 머무는 동안 모든 협조와 봉사를 아끼지 않겠으니 무엇이든 문의하고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호텔 밖으로 나갈 일이 있으면 여행사 직원이 바드시 동행하여 도움을 주겠노라며 몇 명의 다른 직원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