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수행의 요체 종석스님(중앙승가대 교수) 원래 밀교(密敎)는 불교의 마지막 철학으로서 다루어지는 분야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밀교란 무엇이며 그 요체는 어떤 것인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인도불교사는 보통 원시, 부파, 대승, 밀교시대의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그 중에서 원시, 부파, 대승불교까지를 현교(顯敎)라 얘기하고 대승불교 이후에 있는 불교를 비밀불교라 하는데, 이 비밀불교를 별도로 밀교라 칭하는 것이죠. 이렇게 불교는 현교와 밀교 크게 두 가지로 구분 지울 수가 있습니다. 우선 밀교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동기가 있습니다. 밀교가 나타난 첫 번째 동기로는 대승불교가 너무 아비달마화 되는 경향을 띄게 된 까닭입니다. 먼저 대승불교가 탄생된 배경에는 부파불교가 산속에 파묻혀 출가자들만을 위한 불교로 치중하게 되어서 그 당시 민중들이 상당히 불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민중들을 위한 불교, 민중들이 지향하는 새롭고 쉬운 불교로 대승불교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서 대승불교도 유식, 중관 등으로 상당히 난해난 성격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또 다시 민중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민중들이 다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불교에 대한 염원에서 탄생한 것이 밀교라고 하는 불교의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 동기는 다라니(陀羅尼；Dharani)사상을 들 수 가 있습니다. 불교에서 다라니가 상당히 중요한 사상인데요, 예를 들면 우리가 독경하는 팔만대장경 가운데 제일 많이 읽는 천수경 또한 원래 이름은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千手千眼觀世音菩薩廣大圓滿無 大悲心陀羅尼經)」으로 다라니가 등장하게 됩니다. 반야심경 안에서도 다라니가 나오는데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등으로 대승불교의 반야바라밀다를 말하기 위해서 다라니 신비사상을 빌려다가 표현합니다. 다라니 신앙이 이런식으로 극대화되어 있는 것이죠. 또한 해인사 팔만 대장경 가운데 5분의 2에 해당되는 것이 밀교시대 만들어진 경전으로 다라니가 중심이 됩니다. 대승불교 후기에 오면 다라니를 중심으로 해서 모든 불교철학들이 거기에 수용, 접목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에 탄생하는 것이 밀교인 것입니다. 세 번째 동기는 힌두이즘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밀교가 AD 4세기경에 일어나게 되는 그 시대에는 힌두사상이 최고조로 달하게 됩니다. 여기에 불교교단은 나름대로 위기감과 위축감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힌두사상을 흡수하게 되고, 이러한 밀교를 일컬어서 힌두의 옷을 입은 불교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등장하게 된 밀교가 어떠한 성격을 띄게 되는지 우선 현교와 밀교의 차이점에서 살펴봅시다. 현교의 가르침은 번뇌를 털어내는데 쓰는 약으로 비유하고, 밀교라는 진언의 가르침은 아주 오래된 먼지에 쌓인 성불의 보물창고의 잠긴 문을 연다고 비유합니다. 이는 현교는 번뇌망상을 버리는데 쓰는 약이라면, 밀교는 성불을 여는 열쇠라는 것이죠. 그리고 현교는 출발점이 스스로를 중생(無明)이라고 생각하고, 밀교는 출발점이 자기 스스로를 부처님(明)이라 생각하는 큰 차이를 나타냅니다. 대승불교시대에 와서 원시불교는 성문승(聲聞乘), 부파불교는 연각승(緣覺乘), 대승불교는 보살승(菩薩乘)이라며 각각의 가르침을 탈 것에 비유하였는데, 여기에 밀교는 진언승(眞言乘)이라 말 할 수 있습니다. 진언이란 다라니라는 뜻이죠. 다라니라는 말은 달마(達磨；Dharma)와 같은 어원을 가지게 됩니다. 달마는 우주를 있게 하고 우주의 모든 현상의 원리입니다. 다라니는 작지(作持), 총지(總持), 능지(能持), 능차(能遮)라고도 음역합니다. 여기에서 총지라고 하는 것은 달마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다라니 그 자체가 달마라고 하는 것입니다. 밀교는 진언승, 다라니승에 이어 명주승, 금강승으로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금강(金剛；vajra)이라는 것은 제석천왕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말하며 능히 모든 것을 깨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능파(能破)라고도 표현합니다. 우리가 읽는 경중에 금강경(金剛般若波羅密經；Vajracchedika-prajnaparamita-sutra)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밀교승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깰 수 있다고 하며 최고의 수승한 불교라는 뜻으로 금강승이다라고 스스로를 칭하게 됩니다. 이제 밀교의 기본입장을 간략히 네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밀교는 사바세계가 법신불, 부처님의 세계라고 보는 것입니다. 산천초목이 다 부처님이며 우리 사바세계에 펼쳐지는 모든 것이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의 세계라는 것이죠. 두 번째 卽事而眞입니다. 즉 자기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보느냐를 중요시합니다. 밀교에서는 현상을 중요시하며 현재의 나를 어떻게 하느냐를 묻습니다. 바로 현재 나의 事가 바로 나의 진실한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밀교에서는 내가 중생의 모습을 하면 중생이고, 부처의 말을 하면 부처인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현교에서는 성불을 해도 「삼겁성불(三劫成佛)」이라 표현하는데, 밀교에서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이라고 말합니다. 세 번째 밀교는 현실을 긍정합니다. 모든 존재의 가치를 인정해 줍니다. 현실 속에 누구든지 부처님으로 보고 누구든지 존경을 한다는 입장입니다. 네 번째 중생이 곧 부처님이라고 하는 것이죠. 「대일경소」 속에서 「중생의 자심실상(自心實相)은 즉 보리(菩提)니라. 부처이든 부처가 아니든 자심의 실상을 스스로 알지 못하므로 無明이라고 한다. 무명에 전도되어 여러가지 相을 취하므로 愛, 憎, 貪 등의 온갖 번뇌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번뇌를 因으로 하여 갖가지 업을 일으키게 되며 그 결과에 따라 인생행보와 내세의 길이 달라지게 되고, 그에 따른 고통도 받고 즐거움도 받게 되는 것이다...(중략)...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자심의 실상을 아는 것 외엔 마땅한 불도가 없는 것임을...」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곧 여기 함께 계신 모든 분들이 모두 부처님이라는 설명입니다. 덧붙여 옴(Aum)이라는 것에는 네 가지 의미가 담겨져있습니다. 첫 번째 귀명(歸命)의 의미입니다.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께 귀명하고, 자기 자신의 부처님께 귀명하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 예배와 공양(供養)의 뜻입니다. 세 번째 경각(驚覺)의 뜻입니다. 네가 부처인줄 모르고 중생노릇을 하고 있는 것을 놀라게 해서 깨우치게 해주는 의미입니다. 네 번째 섭복(攝伏)의 의미입니다. 자기는 중생이라고 생각하는 자를 섭하여 항복시킨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밀교는 상징철학을 강하게 묘사합니다. 부처님께서 오른손, 왼손을 다 쓰고 계시고 손에 또 뭘 들고 계신단 말이죠. 예를 들면 법계정인(法界定印)같은 경우에는 두 손을 포개어 무릎 위에 놓는데 두 엄지손가락을 맞대어 오른손을 왼손 위에 올려 놓은 모양을 얘기합니다. 그외 지권인(智拳印), 인상(印相) 등 여러가지 수인을 우리 곁에 있는 부처님의 모습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부처님께서 우주의 모든 것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바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결국 밀교의 요체란 내가 바로 부처님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나는 부처님이다 생각하고 말도 고치고, 행동도 바르게 하고, 부처님으로 살아가는 그것이 바로 밀교의 가르침이라고 말씀드립니다. -------------------------------------------------------------------------------- ▶ 출처 문헌 - 월간 『정각도량』 200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