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몽골 울란바토르 간단사 불교미술대학 강당에 모셔져 있는 자나바자르를 조형한 불상] 파괴된 유산과 왜곡된 인식들을 만나다. - 몽골문화답사(2) : 몽골의 달라이 라마 ‘자나바자르’ 티벳에서 받아들인 몽골의 불교가 토착화 과정을 통해 ‘몽골불교’라는 독자의 정체성을 마련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칭기스칸’과 더불어 몽골인들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고 있는 ‘자나바자르’에 의해서이다. ‘자나바자르’는 대원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럼’에 몽골 최초의 절인 ‘에르덴조’ 사원을 세웠던 압후태쌘 칸(1554-1558)의 증손자로 1635년에 태어났다. 영명한 자나바자르는 어린시절 티벳의 린포체인 ‘잡춘다르나뜨’의 환생으로 밝혀져 14살에 티벳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티벳에 가서는 ‘판첸라마’로부터 계를 받고 ‘달라이라마’로부터는 ‘젭춘담바(Jebtsundamba, 聖人)’의 칭호를 수여받게 된다. 그는 2년 동안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대학자와 수행자들에게 법을 전수 받은 후 티벳 각 종파의 대가들과 천문, 지리, 의학, 언어학자들 그리고 예술가들로 모여진 600여명의 승려들을 이끌고 몽골로 돌아오게 된다. 몽골로 돌아온 자나바자르는 티베트에서 함께 온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티벳 라싸의 ‘간단사’를 모델로 같은 이름의 사찰을 지었으니 이것이 현재의 울란바토르의 ‘간단사’이다. 그와 동시에 자나바자르는 티벳의 거의 모든 경전은 물론 천문, 의학, 예술 등 관련 분야의 학문서를 번역하기 시작했고, 이때 몽골말로 더 잘 옮길 수 있도록 ‘소욤보’라는 몽골의 문자를 창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몽골의 국장은 ‘소욤보’의 첫글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나바자르는 불교의 의례와 풍습을 몽골식으로 개혁하기 시작하였다. 대사원들을 각처에 세우는데 몽골의 이동 가옥인 ‘겔’을 응용하여 몽골 특유의 사원건축 양식을 창안했으며, 현재도 세계 수준급으로 평가받는 수많은 탱화와 불상을 직접 그리고 제작하였고 많은 제자들을 양성해내었다. 자나바자르의 활동영역은 단순히 불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몽골족 일상생활 전반에 미쳤으니, 최소한의 고통을 주면서 깨끗하고 신속하게 가축을 잡는 도살법을 고안하여 가르쳤고, 태어나고 결혼하고 아프고 늙어 죽기의 의례들과 인사를 나누고 놀고 즐기는 법에서, 모자의 형태며 옷입는 풍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활풍습을 만들어 보급하였다. 더 나아가 종족간 분쟁을 중재하고 귀족들을 모아 국제정세를 논의해 외교정책을 결정하기도 했으니, 제1대 ‘젭춘담바 자나바자르’는 이후 환생을 거듭해 몽골의 마지막 황제 8대 ‘젭춘담바 복드칸’까지 이어지면서 몽골 역사에서 불교지도자이자 몽골 통치자로써의 티벳의 달라이라마에 비견되는 지도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다. 현재 9대 젭춘담바는 티벳에서 환생하여 인도에 망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