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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역의 역경승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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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만연 동아대 교수가 새한철학회 논문집 ‘철학논총’ 제48집(2007)에 ‘불교의 죽음관의 전개와 티벳 사자의 서에 나타난 죽음관의 관계’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곽 교수는 초기 불교, 부파불교, 유식불교, 그리고 티베트불교의 죽음관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들의 죽음관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죽음의 문제가 마음의 문제라면 궁극적으로 불교 최고의 경지인 열반에 도달해야 한다. 불교는 허무주의에 대항해왔다. 따라서 허무주의 극복이라는 불교 전반의 사상적 흐름 속에서 죽음의 문제도 이해되어야 한다. 불교에서는 ‘죽음도 곧 삶이며, 열반’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질 때 죽음의 문제가 극복된다고 보고 있다.
너무 단순명쾌하게 정리하고 있어서 다소 싱거운 감이 없지 않지만, 불교가 허무주의에 대항해온 정신적 고투라는 점을 분명히 환기시키고 있다.
곽 교수의 논문은 학문적 논쟁점을 담고 있지는 않다. 다만 불교의 죽음관에 익숙치 않은 이들을 위해, 특히 티베트 사자의 서의 주요 내용을 현대어로 번안하고 다이제스트해서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너희 인간들에게 가르친다. 모든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임종 때, 호흡이 끊어지면 영혼은 육체의 중추에서 떠나가는 것이다.
육체로부터 떠나간 영혼은 처음에 희미한 어둠 속에 떠 있는 것 같이 생각한다. 그러나 대개는 곧 밝고 맑은 빛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하여 영혼은 아픔으로부터 해방된 매우 평온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 굉장한 소리가 들린다.
많은 영혼은 그것을 겁낼 것이다. 즉, 영혼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육체는 죽었지만 새로운 몸이 생겼다고 많은 영혼은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몸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게 무게가 없으며 공중에 떠서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육체의 죽음을 알고 절망하거나, 혹은 육체가 죽은 것을 잘 모르고 죽은 곳에서 헤매고 있는 영혼도 있다.
그러나 많은 영혼은 빛속을 더욱 날아가서 전에 죽은 육친과 친구들의 영혼을 만나는 것이다. 그들은 말없이 의사를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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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베트 사자의 서 필사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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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영혼은 이상한 거울도 보게 될 것이다. 이 거울에는 생전에 그 사람이 행한 해우이와 생각의 모든 것이 비쳐진다. 좋은 해우이와 좋은 생각이 비쳐질 때 영혼은 편안해진다. 그러나 나쁜 행위와 나쁜 생각이 비쳐질 때 영혼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 시련을 불에 데는 것처럼 느끼는 영혼도 있다. 견딜 수 없는 목마름과 무서운 한랭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또한 더욱 밝은 빛속으로 날아가는 영혼도 있다.
이 여행은 길다. 혹은 짧다. 도중에 암흑과 빛이 번갈아 나타난다. 그리고 조만간 많은 영혼이 무한한 하늘을 빠져나가 마지막 어두운 길에 들어가게 된다. 그 길은 좁고, 괴롭고, 길고, 혹은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둡고 좁은 그 길의 저 쪽에 다시금 빛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영혼의 세계의 빛이 아니라 다시금 이 세상의 빛이다. 많은 영혼은 이렇게 하여 다시금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러나 전에 살고 있었던 것과 같은 곳이라고는 할 수 없다. 많은 영혼이 아주 다른 곳에 닿는다. 그리고 다시금 어둡거나 혹은 밝고, 길거나 혹은 짧은 육체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곽 교수는 여기에 표현된 밝음, 어두움, 길, 거울, 번개불 등은 모두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한 생을 마치고 다음 생을 받기 위해 생전에 자신이 지은 업(카르마)의 환각을 체험하며 49일간의 중음계를 방황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자의 서’에 있어서 궁긍적인 목적은 중음계를 여행하는 사자에 게 일어나는 현상들이 모두 환각임을 자각시키는 일이다. 더불어 그 어느 환각에도 휩쓸리지 않는 생명의 비밀을 깨달아서 지혜를 얻자는 것이다. 곽 교수는 현대인에게 어머니의 자장가가 될 것이라며 짤막한 인용을 다시 시도한다.
“다시 태어날 자여, 연속되는 환각으로 하여 슬픔과 기쁨의 소용돌이에서 너는 길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감정에도 물들게 하지 말라. 네가 보다 높은 세계에 태어날 운명이라면 그 세계의 ‘비전’이 네 앞에 나타날 것이다. 다시 태어날 자여, 네가 이 세상에 남기고 온 재물들과 소지품들이 타인의 손에 넘어감을 보고 너는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분노는 너를 어둠과 외로움의 세계로 끌고갈 뿐이다. 설령 너에게 속계의 재물을 준다 해도 너는 가질 수 없다. 집착을 버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