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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가는 길

월간 붓다
10일째….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해서 구게 왕국으로 길을 떠났다. 짜르다 현에서 좀 떨어진 자부랑 마을 위쪽의 구게 왕국 유적지는 동틀 무렵이 장관이라 하여 서둘러 재촉한 길이었다. 그러나 길은 울퉁불퉁하고 급회전은 다반사다. 약 1시간 가량 올라가니 구게 왕국의 유적지가 희미한 윤곽을 드러낸다. 왕조는 사라졌지만 유적과 유물은 그 찬란했던 영화의 세월과 무상함을 침묵으로 일러준다. 구게 왕국은 9세기 티벳의 토번 왕국이 분열된 뒤 성립된 지방정권으로 비교적 세력이 강성한 국가였다고 한다. 토번의 마지막 왕 라다마가 죽은 뒤 벌어진 수차례의 왕위쟁탈전에서 패한 지더니마 왕자가 아리 지역으로 도피해 새로운 왕국을 건설했다. 지더니마는 아리 지역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아들들에게 나눠줬는데, 이들 나라가 라다크 왕국, 푸란 왕국, 구게 왕국이다. 구게 왕국은 지더니마의 셋째 아들인 더짜오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구게 왕조는 700년 간 16명의 왕이 통치했으며 강성했을 때는 캐시미르 일대와 파키스탄 일부도 지배했다고 한다. 총면적이 72만㎡에 이르는 구게 왕국 유적지는 방 445칸, 토굴 879개, 보루 58개, 비밀통로 4개, 불탑 28기 등이 남아 있다. 왕성이 있는 황토산의 바닥에는 노예와 백성들이 살았던 300여 개의 동굴 거주지와 낡은 오두막이 줄지어 있고, 산허리에는 작은 사원과 전각, 승방 등이 밀집해 있다. 황토산 꼭대기에는 여름궁전, 추위를 피하던 지하궁전인 동궁(冬宮)이 연결되어 있고, 산성 내부에 인공터널을 파서 상하로 2㎞의 회전식 취수도를 만들어 물을 끌어올렸다는 것, 당대 건축가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구게 왕국은 1635년 캐시미르에서 온 라다크 인들의 집요한 공격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국왕은 성문을 굳게 닫고 저항했으나 매일 산 아래에서 백성들을 학살하자 결국 투항했다고 한다. 화려했던 구게 왕국도 긴 시간의 흐름에선 한낱 찰나의 영화에 불과했던 것인가. 내려와서 아침 겸 점심으로 계란과 흰빵, 감자, 연근 찐 것을 먹고 다르첸으로 향했다. 7시간 걸려서 카일라스와 마나사로바가 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이 언덕은 카일라스 참배를 위해 험하고 먼 길을 지나온 순례자들이 처음으로 성스러운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커다란 타르쵸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카일라스 코라를 평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온 순례자들이 이곳에 도착해서 얼마나 감격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득하게 눈에 덮인 카일라스가 또렷하게 보인다. 왼쪽으로 보이는 푸른띠가 마나사로바 호수라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 이 산과 호수에 예를 드렸다. 조금 지나 달첸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달첸 마을은 카일라스 바로 밑에 있는 코라의 출발점이다. 달첸 마을에서 시계 방향으로, 즉 서쪽 카일라스 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3박 4일이 걸린다. 길은 비교적 평탄하지만 카일라스 산 북쪽의 돌마 라가 해발 5,620m나 되어 최대 고비가 된다. 이 길은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므로 야크에 야영 준비와 식량을 싣고 걸어가야 한다. 신심이 깊은 원주민들은 이 길을 오체투지로 간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11일째…. 다르첸 초대소에서 자고 아침에 흰죽을 먹고 고산증 약을 챙겨 먹은 다음 마을을 떠나 본격적으로 코라에 들어갔다. 해발 4,900m다. 달첸 마을에서 10㎞ 정도 차를 타고 가서 입구에 내린 다음, 각자의 배낭에 그 날 마실 물과 사탕, 초콜릿 등을 메고, 내일 먹을 양식은 야크에 실었다. 산을 오르기 전 우리 일행은 수미산 입구에서 타르쵸를 걸고 각자 준비한 공양물을 올려놓고 정성스럽게 산신제를 지냈다. 모든 일행이 한 마음으로 코라를 무사히 회향할 수 있기를 기도드렸다. 바람이 많이 불고 수수알 만한 눈덩이가 떨어지기도 하고 땅바닥에는 얼음이, 산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츄크 사원 밑에서부터 걸어서 드라폭 사원까지 10시간 이상 걸어가야 한다. 드라폭 사원에 계신 린포체 스님께서 외출하셨다 오시는 길에 우리 순례단과 만났다. 따뜻한 차 한 잔을 같이 마시고 또 걸었다. 중간 중간 잠깐씩 바위에 기대어 쳐다보시는 눈길이 굉장히 인자하시고 자상하셨다. 드라폭 사원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큰 시내가 있는데, 얼음 두께가 1m 이상이었다. 눈으로 덮여 있는 얼음판 중간중간 틈새가 있어서 스님은 일일이 우리 일행들의 손을 잡고 건네 주셨다. 사원에 도착했다. 해발 5,100m…. 저녁 공양으로 사원에 계신 스님이 수제비를 끓여 주셨다. 공양을 맛있게 하고 일행은 린포체 스님을 친견했다. 린포체 스님께서는 기도할 때 나를 위해서 기도하지 말고 세계 인류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하신다. 내가 스님께 질문을 해도 되느냐 여쭈어 보니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첫 번째 질문은 “우리는 수미산 산 돌기만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린포체 스님을 친견하게 되어 영광스럽다.”고 하니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 그렇고 다음에 또 만나게 될 인연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두 번째 질문은 “내일 우리가 수미산에서 제일 어려운 코스를 갈 것인데 린포체 스님께서 마정수기를 해 주시면 힘들지 않게 갈 것 같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기를 해 주셨다. 그리고 길상이라고 흰 카닥과 길상 줄을 목에 걸어 주시고 약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