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딩사의 여성 린포체 도제 팍모
김선정교수
암독초의 북쪽 호숫가에 문화혁명으로 터만 남다시피 한 ‘쌈딩’이라는 유명한 절이 있다. 이 승원은 티벳에 몇명되지 않는 여성 린포체(환생한 큰스님)중에 도제 팍모 린포체가 대대로 승원장을 해온 곳으로 유명하다. 도제 팍모란 직역하면 ‘금강’ 돼지여신‘이 된다. 딴뜨라의 비밀한 힘을 지닌 분노의 여신으로, 도상(圖像)에 의하면 불타오르는 화염을 배경으로 휘날리는 머리털 위에 돼지머리가 솟아 있다.
1716년 쭝가르 몽골의 침략군들이 암독초 호숫가의 낭아체까지 쳐들어와서 쌈딩의 도제 팍모 린포체에게 사람을 보내 “소문대로 정말 돼지머리가 달려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으니 대장 앞에 와서 모습을 보이라”고 명령했다.
린포체가 매우 완곡한 거절의 뜻을 담은 답을 보내자 분노한 몽골군은 당장에 쌈딩 승원의 벽을 쳐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절 안에는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없고 법당 안에 커다란 암퇘지가 이끄는 80마리의 수퇘지와 수많은 암퇘지들만 꿀꿀대고 있었다. 몽골군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에 압도되어 감히 아무 것에도 손댈 수 없었다. 대장이 쌈딩을 약탈하겠다는 마음을 일체 비우자 꿀꿀대던 돼지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눈 앞에는 성스러운 린포체와 린포체를 모시는 덕높은 비구 비구니 스님들이 나타났다.
몽골의 대장은 이 여성 린포체의 법력에 감화되어 쌈딩 승원에 엄청난 재물을 보시하고 돌아갔다. 이 이야기는 널리 퍼져 서구에까지 알려졌고 <티벳의 장미>라는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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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시:
- 2012-09-17 오후 6:3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