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섬기는 신들의 땅 라싸
김선정교수
티벳말 라싸는 ‘신들의 땅’이란 뜻이다. 불법이 하도 융성하여 천상계가 강림한 곳이 라싸라고 한다. 처음으로 티벳을 통일하여 그 국경이 남으로는 북부 인도의 평야까지 뻗고 서쪽으로는 터어키와 맞닿았으며 동쪽으로 중국변방 깊숙이 들어가는, 티벳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통일했던 송첸 감포 대왕이 7세기 후반에 얄룽의 계곡에서 이곳으로 수도를 옮기고 불법을 받아들인 이래, 티벳 사람들은 라싸를 이름 그대로 신들이 강림할 만한 지구상에 유례가 없는 종교적인 도시로 만들어 왔다.
13세의 어린 나이로 등극하여(AD 647) 짧은 기간에 대영토를 통일한 송첸 감포의 기세에 위협을 느낀 이웃의 당과 네팔은 화친의 수단으로 각각 왕족의 공주들을 송첸 감포 대왕에게 시집 보냈다. 학식이 높고 독실한 불자였던 양국의 공주들과 함께 두 나라의 발달된 불교문화가 들어왔다. 송첸 감포는 두 공주가 가지고 온 불상들을 모시기 위해 라싸에 라모체와 조캉을 세우고 티벳 전역을 다니며 절과 탑과 불상을 조성했다. 또한 당나라 문성공주의 불사를 후원하고 불경들을 티벳말로 번역하기 위해 학자를 인도로 보내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티벳 문자를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불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토속신들을 섬기는 샤먼적이고 주술적인 티벳 민족종교인 뵌교가 여전히 강세여서 왕족 외에는 귀족과 권신들이 불교도와 뵌교도로 나뉘어 대립하게 되었다. 송첸 감포의 대를 이은 불교왕 티송 테젠은 양 종교간의 교리적 논쟁을 통해 불교 교리의 우월성을 드러내고 어떤 강력한 뵌교의 주술이나 마술로도 당해낼 수 없는 딴뜨라의 대가, 빠트마 쌈바바를 인도로부터 모셔와 뵌교의 각종 토속신과 악령들을 조복받아 부처님께 귀의토록 하고 대신들에게는 숭불을 서약받았다.
티송 테젠을 이은 3대 랄파첸도 중국과 화평조약을 맺어 양국간에 끊이지 않던 전쟁을 종식시키고 불교발전에 힘썼으나 뵌교도였던 랄파첸의 형 랑다르마의 즉위 후 무자비한 폐불과 탄압으로 중앙 티벳과 라싸는 200년 가까이 정신의 암흑기를 지나야 했다. 이후 몽골이 제 4대 달라이 라마를 절대권자로 세우고 송첸 감포 대왕의 궁전이 있던 붉은 언덕에 포탈라를 세운 뒤부터는 이곳의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거처가 되어 라싸는 다시 전설같은 신들의 도시로 발전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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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시:
- 2012-09-17 오후 6:3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