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없는 ‘독립’의 절규
김선정교수
친척집에 가는 것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공산국가에 여행사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결국 도와주겠다는 말은 우리의 모든 행위를 참견하고 감시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들의 딱딱하고 위협적인 표정들하며, 우리는 영락없이 갇혔다는 느낌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장’은 또 우리가 저녁을 밖에 나가 먹겠다고 할까봐 매우 불안해하는 눈치다. 우리 일행은 너무 배가 고프고 지치고 맥이 빠진 채 모든 것이 잘 준비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장의 뒤를 따라 호텔 식당으로 갔다.
오로지 우리만을 위해 말끔한 식탁보에 냅킨과 접시들을 갖춰놓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빨간 입술 연지를 짙게 바르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그런 것을 보기 위해 그렇게 힘들게 티벳에 간 것은 아니었다. 티벳 야크 고기를 먹어보자며 야크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냄새가 양고기보다 훨씬 강해 코로 숨을 쉬지 못하면서 씹어 삼켰다.
식사 후 호세 산도르, 메리 등 장년층과 눈의 흰자위가 갈수록 노래지며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헤도르 외에 모두들 ‘장’의 안내(혹은 감시)를 받으며 그 살벌한 시내구경을 나갔다.
호텔 정문부터 무장한 군인들이 서 있었다. 라싸 전체에 깔렸다고 할만큼 수백 미터 간격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초소가 설치되어 있고 어디론가 거칠게 달려가는 군용 트럭과 지프들은 공기를 더욱 살벌하고 위협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경운기나 트렉터 말고는 자동차가 별로 없는 라싸 거리였다. 라싸 사람들은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초소 앞을 지나갈 때는 군인들이 일일이 살펴볼 수 있도록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서 통과해야 했다.
그 때가 마침 귀가 시간인지 거리엔 자전거가 물결을 이루는데 그 수많은 저전거들이 초소 앞을 지날 때마다 일제히 멎었다가 달리고 다시 멎고 하는 것이 슬프고도 진기한 풍경이었다.
라싸의 계엄령은 그것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다. 나는 나중에 다람살라에 살았는데 해를 거르지 않고 라싸에서 함성과 피냄새와 총성이 전해져왔다. 그러면 다람살라 사람들은 울분에 못이겨 보아주는 기자 한 사람 없건만 모여서 다시 독립을 절규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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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시:
- 2012-09-17 오후 6:3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