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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칼럼] 왜 우리는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지 못할까?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망명해 있는 다람살라는 겨울이면 얼음꽃이 핀 히말라야 설산이 빛난다. 이곳에서 지난 2004년 겨울 한국인을 위한 법회 마지막 날, 달라이 라마는 난감한 질문을 하나 받았다. “언제쯤 한국에 오실 수 있나요?” 순간 장내에 히말라야 북풍보다 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차를 한 모금 넘길 만큼의 침묵이 지나가고, 달라이 라마는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글쎄요. 그건 한국 정부에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어색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장내에 웃음이 풀썩 일었다. 달라이 라마의 목소리에는 한사코 방한을 허락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원망이나 아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올해 달라이 라마는 완강하게 침묵하는 한국 정부를 향해 직접 질문을 던졌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정상회의(6월 15~17일)가 열리는데 1989년 수상자인 나도 초청받았습니다. 한국에 가도 괜찮은가요?” 어느 해보다 방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도 주재 한국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한 것이다. 정부의 불허 방침이 전해지자 청와대 앞에서는 방한 촉구를 위해 두 비구니 스님과 ‘티베트를 생각하는 모임’의 1인 시위 릴레이가 열렸다. 이 현장을 찾았던 지난 5월 하순의 오후를 나는 잊지 못한다. 그늘 한 점 없는 햇빛 아래에서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3천배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줄줄이 들어섰다. 중국인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1인 시위 현장을 에워싸고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스님 한 사람 초청하는 일까지 우리 눈치를 보다니 한국은 정말 한심한 나라다.” 중국어에 능통한 설오 스님의 통역을 듣고 우리는 얼굴이 화끈거려 어쩔 줄 몰랐다. 부끄럽고 참담해서 중국어가 들리지 않는 구석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정작 중국인들은 우리의 저자세 외교를 이처럼 우습게 보는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알아서 주권 행사를 포기하는 것일까. 중국 얘기가 나온 김에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와 우나라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진나라는 우나라와 이웃한 괵나라를 치기로 결심하고 보기 드문 천리마와 진귀한 옥을 준비해 우나라 우공을 찾아갔다. “괵나라를 치려고 하니 군사가 통과하도록 길을 빌려주시오.” 선물에 눈이 어두워진 우공은 “작은 나라끼리 서로 돕고 지내야 하는데 만약 괵나라가 진나라 손에 떨어진다면 우리도 홀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부하의 직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의 압력에 굴복한다. 그 결과 괵나라를 멸망시킨 진나라는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를 점령하고, 우공을 체포해 예전의 선물을 도로 빼앗았다. 나는 50여년 동안 줄기차게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거부하면서 저울질해온 경제적인 이득이 어쩌면 우공이 받았던 선물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라를 잃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티베트를 외면했는데,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한들 국제 사회에 떳떳이 호소할 수 있을까. 아니, 역사를 돌이켜 일제 강점기에 힘의 논리로 소외됐을 때 얼마나 서러웠는지 정녕 잊었단 말인가. 이미 달라이 라마는 세계 60여개국을 방문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 왔다. 호주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중국의 경제 보복 위협을 받아왔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티베트 독립과 관련된 정치적인 목적이 아님을 서로 간에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방문하기 원하는 외국인에 대한 비자 심사와 발급은 외교통상부의 고유 권한임을 새삼 주장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중국에 고구려사 왜곡 같은 일을 당하면서도 우공의 선물에 홀려 있는 정부의 외교에 등골이 서늘한 건 비단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정희재·작가·여행가 입력 : 2006.06.16 19:13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