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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에선 티벳어로 얘기하는 배려를... 왜?

오마이뉴스
티벳에선 티벳어로 얘기하는 배려를... 왜? 여남은 날 동안의 티벳일기(8) 서부원(ernesto) 기자 8월 3일(수) 눈이 시린 티벳의 하늘은 차라리 바다다. 동이 텄다. 티벳에 와서 가장 설레는 날이다. 꿈에 그리던 곳, '하늘 호수'로 더 잘 알려진 나무춰(納木錯)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정이 맞는 배낭 여행자들끼리 팀을 꾸리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미니 승합차를 대여하기로 했다. 라싸에서 3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지만 해발 고도가 5200m나 되는 고갯길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고산 증세로 인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나무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함수호(鹹水湖)라고 한다. 호수의 해수면 높이가 해발 4718m이니 그럴 만도 하다. 나무춰 가는 길. 푸른 들판에 야크떼가 점점이 박혀 있다. 해발 고도가 5000m에 가까운 이런 고원 지대에 초원이 펼쳐져 있다는 그 자체가 신비롭다. 현지인의 부연에 따르면, 라싸보다도 고도가 1000m 가량 더 높은 이곳이 티벳에서 가장 넓고 푸른 초원지대라고 하니, 내 짧은 과학 지식으로는 도저히 그 까닭을 알아낼 수 없다. 산양과 야크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풍광을 보노라니, 다분히 목가적이다. 목가적이라는 말, (적어도 이곳에서는) 대단히 사치스럽게 들린다. 며칠 동안 고단하기만 한 티벳인들의 삶을 보았건만, 아직도 내 입에서는 '목가적'이라는 감정적 유희를 즐기고 있다. 그들의 삶과는 철저히 유리된 이방인의 허영이라고나 할까? 그 옆으로 꺼얼무와 라싸를 잇는 철로 공사가 한창이다. 철로 옆에서 풀을 뜯으며 노니는 저들을 조만간 더 이상은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소음과 매연을 쏟아 낼 기차는 산양과 야크를 쫓아내는 것을 넘어 종국에는 티벳 문화를 송두리째 소멸시키는 무서운 도구가 될 것이다. 채 100m도 되지 않는 도로 공사 때문에 2시간 이상 지체된 후 간신히 나무춰에 닿았다. 예측 불가능함의 연속이다. 이곳이 왜 하늘 호수(天湖)로 불리는지 알겠다. 호수와 하늘의 경계선이 분명히 나눠지지 않을 만큼 함께 푸르다. 푸른빛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다 표현해 낼 수 없다. 맑은 코발트 빛 호수? 빛깔로만 보자면 하늘보다 더 하늘같다. 저 멀리 만년설의 흰색, 티 없이 깨끗한 맑은 하얀 구름, 하늘과 호수의 짙푸름에 더해서 이곳 나무춰 주변에는 티벳 고원의 드넓은 초원이 곁에 있다. 상상만으로도 아름다운 광경이다. '나무(納木)'란 '하늘에 오르다'는 의미의 몽골어이며, '춰(錯)'는 '호수'라는 뜻이다. 따라서 하늘에 오르는 호수라는 의미를 따 '천호(天湖, 하늘 호수)'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수평선이 보이는 호수 주변에는 조랑말이 등에 얹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말발굽 소리와 파도가 호수 주변의 자갈에 부딪히는 소리가 어찌 이리 같을까! 이곳에 조랑말이 있는 이유는 이곳을 하늘 호수로 명명했다는 몽골과 관계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가로 가 손가락으로 호수의 물을 맛본다. 분명 함수호라건만 전혀 짜지 않다. 너무 묽어서인가 싶어 재차 맛보게 되지만 도무지 짠맛을 느낄 수 없다. 사실 이곳의 물에 기대어 산양도, 야크도, 인간도 살아가고 있다. 그러하기에 '하늘'의 이름을 빌어 신성시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성스러움을 호수 곁 바위 벼랑을 휘감은, 이곳 사람들의 바람과 속죄의 뜻을 담은 기다랗고 흰 천('하다(哈達)'라고 부르며, 티벳에서 각종 의식을 거행하는 데 있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성물이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소망의 바위'로, '고해성사의 바위'로 이름지어 주었다. 소망의 바위 위에서 나무춰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한 티벳 승려를 보았다. 그는 호숫가에서 마냥 즐거워하고 있는 이방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의 입에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티벳 노래(진언일 지도 모르겠다)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쭈그리고 앉아 있는 자세와 표정이 왠지 서글퍼 보인다. 이내 평평한 돌에 티벳 불교의 경문을 쪼기 위해 돌무더기 몇 개를 챙겨서 일어난다. 그가 이런 외진 곳에서 살아가는 법을 알았다. 나무춰가 내려다보이는 토굴 속에 두 명의 승려와 함께 살아가고 있단다. 그는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살고 있는 집(?)과 하루 일과를 티벳어로(아니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자상한(?) 몸짓으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꼭 입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의 불편함만을 줄 뿐 결코 여행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라고 할 수는 없다. 돌아오는 길에 중국 최대의 지열 발전소라고 하는 양빠첸(羊八井)에 들렀다. 티벳 지역이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의 일부로 아직도 지각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노천에 펄펄 끓어오르는 온천수를 개방해놓고 있었는데, 최고 수온이 섭씨 173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 끓는 물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하는 것이다. 발전소 내부를 둘러볼 수 없었지만 입구에 시험운행발전소(試驗電廠)라는 팻말이 있어 아직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 같지는 않지만, 주변에 방사상으로 세워놓은 송전탑 모습에서 티벳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인프라임을 알겠다. 발전소 주변 이곳저곳에서 뿌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어, 티벳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낯선 풍광이다. 나무춰에 가는 일정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함께 한 허름한 식당에서 티벳 전통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하였다. 비록 시장 골목의 낡은 식당이었지만, 티벳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란다. 더구나 티벳인인 주인 아주머니는 아주 드물게 영어와 중국어, 티벳어를 모두 구사할 줄 아는 엘리트(?)였다. 사실 이곳으로 안내한 사람은 베이징의 수도사범대학(首都師範大學)에서 2년째 유학 중인 스물 세 살의 미국 청년이었다. 그는 티벳어 알파벳(?)을 적은 메모장을 꺼내 보이며, 지금 그 어렵다는 티벳어를 공부하고 있단다.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그래서 이곳 티벳이 아닌 중국의 어느 곳을 가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그가 티벳어를 굳이 배우고자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단지 티벳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언어적 관심 때문일까? 이내 물었고, 그의 대답은 내 가슴을 후벼 파버린 따끔한 일침으로 남았다. "티벳 사람들은 티벳을 찾아 온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티벳어로 말하지 않고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의 말에 젊디젊은 그의 '내공'과 '수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티벳의 지난했던 역사적 상처를 이해하고,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티벳인들에 대해 배려하려는 마음가짐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이기 때문이다. 티벳에 객(客)으로 들어 온 이상,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준을 자신이 아닌 '그들'에 둘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여행자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며 자세임을 그는 너무 일찍 깨달았고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체화해 버린 것이다. 부끄러웠고 부러웠다. 작년(2005년) 여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힘겹게' 다녀온 티벳여행 중에 틈틈이 기록한 일기입니다. 이제 철로가 놓여 훨씬 더 다가서기 수월해진 티벳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홈페이지(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 2006-07-25 17:07 ⓒ 2006 OhmyNews * 기사원본주소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48477 Copyright 1999 - 2006 Ohmy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