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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가는 길

월간 붓다
카일라스 가는 길 - 신화의 땅 수미산 (5) - 구룡사 불자 대명화 12일째…. 누군가 한국에서부터 갖고 온 누룽지를 끓여 아침 요기를 한 후, 물과 사탕, 초콜릿 등속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인데도 린포체 스님께서 친히 배웅을 나오셨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는 예불대참회문을 외우면서 한 발 한 발 1배하는 심정으로 걸었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 참회문을 외우면서 걸으니 1시간에 천배를 하는 것이 되었다. 보폭을 적게 하고 들숨과 날숨을 복식호흡으로 하면서 걸으니 전혀 힘들지 않고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때는 힘들지 않게 걷는다고 그런지, 아니면 조그만 여자가 쉬지 않고 그냥 계속 걸어가서 그러는지, 지나가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하고 천천히 가라고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10초 정도 있다가 그냥 걸어 올라갔다. 러시아에서 온 남자 4명이 계란 등 많은 물건을 지고 가면서 잠깐 앉으라고 자리를 비켜 주며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라고 했더니, ‘아! 코리아' 하면서 발로 공을 차는 시늉을 하며 ‘대~ 한민국!'을 외친다. 그러면서 한국말로 천천히 천천히 하면서 가라고 한다. 감사하다는 말과 합장하며 단주와 초콜릿을 전했다. 길을 가다 만난 일본 사람들에게도 단주를 전했다. 티벳 할아버지가 얼음사탕을 주면서 앉았다가 가라고 붙든다. 할아버지께도 초콜릿과 단주를 드렸다. 아마 사람들은 내가 쉬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것을 본 모양이다. 이번에도 티벳 남자가 앞을 막아서며 얼음사탕을 주면서 자꾸만 먹으라고 권한다. 사탕을 입에 넣으니 그제야 길을 비켜 주었다. 제일 힘든 돌마 라(고개)이다. 해발 5,620m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힘들지 않게 단숨에 올라갔다. 3배를 올리고 정성껏 쓴 타르쵸를 달았다. 카일라스의 거대한 봉우리가 하늘을 하얗게 오려내고 있었다. 양옆에는 검은 바위가 밀집해 있다. 마치 주불(主佛)을 모시고 서 있는 협시보살 같다. 이 협시보살 바위 옆으로는 잠깐 사이가 뜨고 길게 검은 능선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봉우리 가운데는 위 아래로 길게 파여 사다리 같은 구름이 보였다. 바람은 잔잔하고 햇빛은 찬란하여 천지가 그냥 환했다. 정말 성산(聖山)이다. 나는 어느덧 이승의 문지방을 넘어 신들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아미타불…. 나는 린포체 스님의 마정수기와 수미산의 기(氣)를 한 몸에 받으면서 정말 날아가는 것 같이 올라갔다. 우리는 돌마 라와 주풀폭 사원 사이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텐트 속은 정말 포근했다. 무니 보살과 홍련 씨가 저녁을 준비했다.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먹었다. 하루 종일 빈 속으로 있어서 그런지 속이 쓰리고 아프다. 가끔씩 우박이 내리기도 하고 밤새 야크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냥 입던 옷에 오리털 코트와 핫팩을 붙이고 편안하게 침낭 속에서 잤다. 13일째…. 초대소에서 잘 땐 이불도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도 났는데 신선한 공기를 맡으면서 밤새 물소리가 나고 수수알만한 눈덩이도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모처럼 잘 자고 일어났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예불대참회문을 염하면서 걸어갔다. 컨디션이 최상이다. 물을 다 먹은 페트병에다 막대기를 하나 구해 목탁을 치듯 두드리면서 산을 내려왔다. 오는 중간 중간 초르텐을 쌓아놓고 돌에다가 옴 마니 반메 훔을 정성스럽게 새겨 둔 마니석이 보인다. 아마 죽은 사람을 기리면서 그리 해 놓은 것 같다. 내려오는 도중 오체투지를 하며 수미산 코라를 하시는 분을 만났다.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이 이토록 힘든 수행을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가. 한번 코라를 바치면 평생의 업(業)이 정화되고 열두 번을 바치면 숙생(宿生)의 업이 정화된다. 업이 정화된다는 것은 깨달음에 그만큼 가까이 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카일라스는 인도인들이 부르는 이 산의 이름이다. 그에 앞서 힌두교도들은 수메루(Sumeru)라고 불렀다. 우주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브라만 교도들은 이 산에 그들의 신인 인드라가 살고 있다고 믿었고, 힌두교도들은 시바 신이, 불교도들은 제석천이 주석한다고 믿었다. 이들은 모두 동일한 신이다. 불교가 힌두교의 수메루 신화를 차용하여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미산이라는 이름도 수메루의 한자 음역이 아닌가 생각된다. 불교와 힌두교는 뿌리가 같다. 불교는 힌두교의 카스트 등 태생적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종교이므로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힌두교건 불교건 카일라스가 자신들의 주신(主神)이 강림한 성소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뵌교도 자신들의 교조 센랍 이무체(Senrab Miwoche)가 하늘에서 머문 곳이라 신성하게 받들고 있고 자이나교 역시 자기들의 교조가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참배를 하고 있다. 이 산은 여러 종교들로부터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지방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은 이 산을 카일라스라 부르지 않고 강디세 또는 강린포체라고 부른다. 강이나 디세는 모두 눈[雪]을 말하고 린포체란 탄생한 스승을 말한다. 강린포체라는 이름은 티벳 불교 냄새가 많이 난다. 그래서 이 지방 관청에 붙어 있는 명칭은 모두 강디세로 쓰여 있다. 카일라스는 해발 6,714m의 검은 바위산이다. 카일라스는 히말라야 산맥의 여러 봉우리 중의 하나가 아니라 카일라스 산맥이라 부르는 별도의 산맥에서 우뚝 솟아난 군계일학 같은 존재다. 해발 4,500m의 카일라스 평원에서 다시 2,000m 가량 직립해 있기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더 높아 보인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이 산을 처음 보는 순간 압도당해서 세계의 중심,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카일라스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는 누구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순수 청정한 성지다. 산세가 워낙 험해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종교적 터부로 감히 발을 디딜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산은 커다란 송이버섯 모양인데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다. 카일라스의 가운데 파인 길다란 홈이 불교의 수미산, 설화로는 그것이 천국에 오르는 계단이라고 설명한다. 카일라스 자체가 우주이기 때문에 이곳에 33천(天)이 있고 사대천왕(四大天王)과 여러 부처님과 보살, 아라한들이 주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천국의 계단 맨 위에는 도리천이 있는데 그곳의 행정장관이 제석천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