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소식

대원사 티벳박물관

* 아이디(이메일)

* 비밀번호

회원가입 | 아이디찾기 | 비번찾기

티벳소식

HOME > 나눔공간 > 티벳소식

문화에세이]화정박물관 ‘탕카’전시회를 보고

경향신문
문화에세이]화정박물관 ‘탕카’전시회를 보고 얼마 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중국 베이징과 티베트를 잇는 ‘청짱철로(靑藏鐵路)’가 개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철로의 개통을 축하하는 뉴스 한 편으로는 티베트의 환경파괴와 중국의 점령 고착화, 자원 약탈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티베트로 기차를 타고 서역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니 삼장법사 이래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하던 일이 현실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티베트는 참으로 딱한 존재다. 1950년 중공군의 침략 이래 나라는 깨지고 사람들은 흩어진 채 세기가 바뀌어 버렸다. 슬프게도 이제 티베트는 중국의 한 자치구로 전락해 점차 한족에 동화해가며 그 명맥마저 아스라해져가고 있다. 오늘도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기도하겠지만, 그 자신 역시 다람살라의 망명정부에 갇혀 운신조차 맘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티베트가 누리는 성가는 대단하다. 독특한 불교문화와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 아시아와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티베트와 그 문화를 동경한다. 하지만 티베트의 풍광과 달라이 라마의 법어에 심취할 뿐 그들 중 누구도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나서지는 않는다. 낭만이 유행하던 19세기의 유럽에서는 로드 바이런이 그리스의 독립을 위해 터키에 맞섰건만, 이제 낭만은 낡은 시대의 유행이 되어버린 것인가? 절름발이 시인은 희랍문명을 위해 터키에 맞서 온몸을 던졌어도 할리우드의 근육질 배우들은 마음의 평안을 갈구하며 조용히 달라이 라마의 발 밑에 조아릴 뿐이다. 현실이 낭만을 압도하는 21세기, 이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을 두고 ‘현실’이라고 말한다. 만약 이 말이 옳다면 티베트가 자유로워지기 위해 극복해야 할 현실- 중국이라는 현실은 너무나 압도적인 것이다. 한때 토번(吐蕃, Ancient Tibet)이라고 불렸던 1,000년 전의 티베트는 서쪽으로 당나라 수도 장안을 침략할 정도로 그 세력이 흥성하던 중앙아시아의 대국이었다. 티베트에도 동쪽으로는 중국 간쑤성, 칭하이성, 쓰촨성의 성도(成都)까지를 아우르고 남으로는 네팔, 북으로는 실크로드까지의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던 전성기가 있었다. 그러나 한때 당나라 공주들을 왕비로 맞을 정도로 성세를 자랑하던 토번 왕국도 9세기 왕국의 멸망 이후로는 세계제국으로 성장해버린 당, 송, 명, 청의 위세에 눌려 힘 없는 산악국, 중국의 변변한 위성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여 슬프게도 지난 50년 이래 이미 티베트는 더이상 독립국이 아니었다. 티베트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티베트 비자가 아닌 중국 비자다. 국제사회를 향한 달라이 라마의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1,000년 전 중원 땅을 침공하던 토번 왕국의 이야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아득한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티베트는 더 이상 티베트가 아닌 차이나인 것일까?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나라는 깨졌어도 그 산천은 그대로 남는다던데. ‘나라히 파망하니 뫼콰 가람 뿐’- 고문(古文)시간의 두시언해를 기억하는 분들은 아마 이 다음 구절도 떠올릴 것이다. 나라는 망했어도 남는 것은, 슬픈 노래, 바로 문화다. 티베트라는 나라는 사라졌어도 티베트가 남긴 향기는 아직 짙다. 아니, 사무쳐 더 짙다. 8세기쯤 불교를 받아들인 이래 티베트에서는 불교가 크게 흥했다. 토번 왕국은 국가차원으로 불교를 지원했고, 여기에 토착산악신앙인 본교가 합쳐져 고유한 티베트 불교가 생겨났다. 중국으로부터 그 존립을 위협받았을지언정 정작 티베트의 문화에 매료된 것은 중국의 지배층이었다. 티베트 불교는 원나라 왕실의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고려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시대가 바뀌어 명, 청의 세상이 되어서도 황제와 왕족들이 계속해 티베트 불교를 숭상했을 정도로 독특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 여름,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는 한때 중국의 황제들을 매혹시켰을 티베트 문화의 정화, ‘탕카’를 볼 수 있는 특별전 ‘아시아를 조응하는 눈’이 열리고 있다. 화정박물관은 1999년 서울 이태원에서 개관한 이래 한광호 명예이사장이 40여년간 국내외에서 수집한 미술품을 전시해왔다. 박물관이 자랑하는 것은 바로 티베트 컬렉션이다. 모두가 저마다 가장 이국적이고 가장 화려한 티베트의 색채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전시품들이다. 탕카(Thanka)란 티베트 불교에서 예배용으로 쓰이던 축(軸)으로 된 불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족자, 천으로 된 두루마리에 그려진 불화가 바로 탕카다. 탕카의 주제는 만다라, 여래, 조사, 보살, 관음 등 불교적 주제 외에도 여신을 숭배했던 티베트의 산악신앙과 인도신화의 내용이 불교에 습합, 편입되어가는 과정 같은 역사와 신화가 뒤섞여 발전하는 다양한 소재를 아우른다. 하나같이 천년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가 생생한 소중한 자료들이다. 평소 막연하게나마 티베트 문화에 호기심을 품고 있던 사람이라면 평창동 화정박물관은 대단히 훌륭한 체험이 될 것이다. 금강살타 전륜왕 만다라 티베트를 알기 위해 꼭 베이징발 청짱철도를 타야 할까. 아니, 뭐 꼭 그럴 필요까지는. 지난 겨울 충북 음성의 아저씨 댁에서 나는 우연히 네팔 출신의 서남아시아 해외이주노동자들과 마주쳤다. 충북 음성 산골짜기의 토마토 수경농원에서 네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서울 평창동 한복판에서 티베트 문화의 정수 한자락을 엿볼 수 있는 것 역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세상이 그런 세상이다. 더운 날씨에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등잔 밑이 어두우니, 티베트는 깨지고 그 유물들은 흩어졌어도 그 인연 한 자락이 지금 북한산 아래 평창동에 끼쳐 있다. 부디 훌륭한 전시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박물관 재개관 기념으로 8월30일까지 입장료도 받지 않는단다. 오. 〈이장현 |문화에세이스트·‘클래식광, 그림을 읽다’ 저자 almaviva@empal.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