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만다라 공양을 올리기 위해 불상과 만트라를 제작하고 있는 티베트 스님. 티베트 수행에 나타난 숫자들 물·곡식 7잔…7가지 보배 상징 10만번 진언-절하면 교만 사라져 티베트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길에서나， 사원에서， 집에서도 쉴새없이 마니차를 돌리며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는 티베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또 온몸을 던지며 몇번인지 가늠이 안될 정도로 많은 절을 올리고 마을 인근의 탈쵸（솟대）나 쵸르덴（탑）을 돌곤 한다． 도대체 티베트인들은 몇 번이나 절을 하고 옴마니반메훔은 몇 번을 독송하는 것일까.티베트인들에 따르면 보통 기본이 10만번이다. 10만번이 끝나면 또 다시 10만번이 시작되는 것이다. 티베트 스승들은 보통 10만번의 기도와 절, 공양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밀교수행으로 들어가기 전에 갖추어야 할 네가지 기초수행인 사가행(오체투지, 금강살타수행, 만다라공양, 구루요가)도 10만번씩 해야한다. 물을 공양하는 수공（水功）, 불로 곡식을 태워 공양을 올리는 화공（火工）, 연기로 공양을 올리는 연공（煙功）도 모두 10만번씩 해야한다. 사람이 죽은 후 영가 천도를 지낼 때도 초 10만개를 켜고, 죽은 사람의 뼈를 섞어 진흙으로 빚는 챠챠라는 작은 불상도 10만개를 제작한다. 이들이 10만번을 하는 데 정확한 이유는 없다. 대원사 쵸펠 스님은 “10만번 정도는 해야 스스로의 교만을 버리고 불보살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스승들의 권유 때문”이라면서도 “10만번이라는 수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10만번은 아주 큰 수이고 무한의 경지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티베트 수행법에서 7과 관련된 것들도 많이 나타난다. 티베트인들은 아침마다 부처님 앞에 정수를 일곱잔을 올린다. 이것이 혹은 21잔 혹은 그 이상이 되는데, 그 일곱잔에는 각각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한 잔은 맨발을 벗고 발을 씻는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 잔은 마시는 물을 의미한다. 셋째 잔은 꽃공양을 상징하며, 넷째잔은 향공양, 다섯째는 등공양, 여섯째는 도향 즉 바르는 향을 의미하며, 마지막 일곱째 잔은 부처님이 드실 음식물을 상징한다. 만다라 공양에서는 7가지 보배 즉 칠정보가 등장한다. 즉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금륜, 현명한 왕후, 신하, 하녀, 코끼리, 말, 보석이 일곱가지 보물이다. 이 7가지 보배는 일곱 잔의 곡물이나 7잔의 물로 대신한다. 티베트인들이 만다라 공양을 올릴 때는 물을 들인 쌀과 보리를 섞어 놓게 된다． 한편 티베트에서 가장 높은 숫자는 84이다. 이 84는 ‘완전’을 상징하며 티베트에는 84명의 큰 성자(大聖)이 있다. 위대하고 완전한 경지에 오른 이들 큰 성자들은 티베트 불교에서 환생제도의 근원이 되는데, 이 84명에는 달라이라마, 판첸라마, 까르마파, 파드마삼바바 등이 포함된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2004-05-05/7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