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귀 털 한가닥으로 그리다
                              -인도 페르시안 미술 '세밀화'

사향쥐, 밤쥐, 다람쥐, 노새의 귀 털로 붓을 만든다. 가장 가는 붓은 다람쥐 배에 난 털 한가닥이나 두세가닥짜리. 보통 1~2호 정도 크기의 그림을 돋보기로 보면 언덕밖에 없는데 꽃이 나타나기도 하고, 나무잎의 모세관도 보이고 눈썹이나 수염, 눈동자, 손톱에까지도 하나하나 생생함이 느껴진다. 인도 페르시안 미술 세밀화(細蜜畵, miniature).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보성 대원사에 있는 티벳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다. 9월2일까지.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뭄타즈와 사자한

'왕비가 코끼리를 타고 외출하다' '후원의 별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왕과 애인'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사자한과 뭄타즈' '상아에 그려진 독수리' 등 티벳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주로 무굴제국 5대 황제인 '사마한'과 그의 비 '뭄타즈' 그리고 황제들의 궁중생활이나 수렵도 미인도 등 80여점이다.
특히 타지마할(마할의 왕관이라는 뜻)을 지은 황제 '사마한'과 타지마할의 주인공 '뭄타즈'를 세밀화로 만나는 것은 인도 페르시아 문화를 접하는 또 다른 재미.

세밀화는 인도 페르시아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회화양식으로 초기(8~9C)에는 불교나 자이나교, 이슬람교의 경전에 삽화로 그려졌다. 처음에는 빨간 색이 많이 사용되어 '붉은 그림'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발전되어오다 인도에 무굴제국이 세워지면서 궁정과 귀족들의 취향으로 되어 풍속화 인물화 등의 내용이 그려졌다.
무굴제국은 16세기초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인도에 세워진 이슬람 왕조로 문화적으로 페르시아 영향을 많이 받아, 페르시아에서 화가를 직접 초청해, 세밀화의 번성기를 누렸다.

       
      '왕비가 코끼리를 타고 외출하다'          '상아에 그려진 독수리'

세밀화의 묘미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숨이 멎을 것같은 정밀성과 집중력에 있다. 단 한점의 세밀화를 위해 20명이 넘는 천재화가들이 장기간 작업하여 완성하였다 한다. 그 숙련도와 섬세함, 고도의 예술성과 완벽함이 없이는 세밀화의 제작이 불가능했으리라는 얘기이다.

세밀화는 초기에는 야자잎이나 양가죽 등으로 제작되었으나 14C이후 인도에 종이가 전해지면서 중요한 작품들은 종이에 그려졌다. 이후 무굴제국 전성기에는 낙타 뼈나 상아 등에도 그림을 그리고 각종 보석으로 장식을 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기법은 먼저 천연섬유(닥, 마 등)에서 얻은 종이를 아교와 백반 희석물에 침전시켰다가 말린 다음 매끄러운 대리석판에 종이를 올려 놓고 표면을 마노로 문질러서 화면에 섬세한 선을 긋기 쉽게 하였다. 그뒤 그리고자 하는 내용을 목탄으로 엷게 밑그림을 그리고 먹으로 밑선을 그은 다음 채색한다.

대원사 주지 현장 스님은 "주로 서양 미술에 치우쳐있는데 제3세계 미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밀화'처럼 미술의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폭은 대단히 넓다고 생각한다"며 '세밀화' 기획 취지를 밝혔다.
임정희 기자  oksusu@jeonlado.com

*티벳박물관
관람시간:오전10시~오후5시
관람료:일반 2,000원, 초중고 1,000원, 단체30인 이상 30%할인
주차:대형버스 50대이상 주차가능
연락처:061-852-1755, 061-852-3038
*대원사 가는 길
-승용차 이용시 화순읍에서 사평, 주암호 가는 길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대원사 표지. 이 길 입구에서 대원사까지는 6km(봄이면 이 긴 길이 온통 벚꽃으로 뒤덮인다)
버스 이용시 광주고속터미널에서 117번 시내버스 타고 사평종점 하차. 대원사까지는 택시나 군내버스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