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한겨레] 2001년 1월 인도 서부 구자라트(Gujerat)주에서 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이 발생했다. 놀라운 것은, 작년 8월에 달라이 라마가 이 재해를 예견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프랑스 시사지 중 하나인 \'르 뿌앙(Le Point)\'의 기자가 달라이 라마를 찾아, 자연적 재해 외에 현대 사회의 인위적 재해라 할 수 있는 광우병, 폭력, 핵무기, 낙태 그리고 동성애 등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물었다. 달라이 라마는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불가피한 재해와 고통을 가리켜 \'업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업\'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지진 등의 재해로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부조리와 그 잔혹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광우병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해왔지만, 정작 자연에게 돌려주는 건 자연의 질서를 무시한 동식물적 차원, 심지어는 인류적 차원에서의 변형(유전자 변형 등)을 위한 노력 뿐이었고, 지금 그 댓가로 인간들은 \'업\'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경우든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달라이 라마는 부처(Bouddha)의 전생에 대한 얘기로 대답을 시작하였다. 부처가 전생에 500명의 사람들과 함께 배로 여행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중엔 다른 499명을 죽이고 돈을 가로 챌 음모를 꾸미고 있는 살인자가 있었다. 부처는 그 사실을 알고 살인자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처의 결론은, 본인이 그 살인자를 죽임으로써 남은 499명의 목숨을 구하는 동시에, 살인자로 하여금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결과 부처에게 돌아온 것은 \'업\'의 누적이 아닌 소멸이었다. 이처럼 필요악으로서의 폭력의 정당화를 인정한 달라이 라마에게 기자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비록 핵무기의 사용이 의도에는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는 비참한 결과를 낳지만 그 또한 필요악임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그 예로, 현재 인도가 당면해 있는 입지적 불안감을 설명하고 있는데, 세계 5강은 인도의 핵무기 소유를 반대하고 있지만, 파키스탄과 중국에서 가해오는 핵무기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의 소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무기의 사용이 국제적이고 정치적인 폭력이라면, 내부적이고 사회적인 폭력으로 간주되는 낙태에 대해 그는 피임기구를 사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불교의 입장에서 달라이 라마는 요즘들어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동성애를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 그는 주저없이 \'올바르지 못한 성생활\'이라고 단정한다. 여성과 남성의 성기관은 인류의 재생산을 위해 만들어졌으며,그 의도에서 벗어나는 쾌락적인 모든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지진, 광우병, 핵무기의 사용, 낙태와 유산, 동성애..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견해를 간추려 보았다. 그는 이 모든 문제들의 근원을 불교의 윤회 사상에서 비롯된 \'업\'의 개념과 연관시켜 설명하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의 업..업을 쌓는 것과 또 그 업을 소멸하는 것..다음 생의 업.. 이는 그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주장하고 있는,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인 \'생명의 귀중함\'을 또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