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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오색 깃발, 다르촉(룽따)

하얀연꽃

 

 

기원의 오색 깃발, 다르촉(룽따)

 

지금은 불교속에 오랜 시간 스며들어간 티베트의 민간종교인 뵌뽀교의 잔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이 뵌뽀의 특징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다르촉[經幡] 일명 룽따[風馬旗]이다. 이 오색의 깃발들은 마을의 입구, 고개 마루, 나루터, 다리목, 굴뚝, 지붕꼭대기, 대문간, 고목나무, 큰 바위 등등에 걸려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방인이 티베트고원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처음 반기는 것도 바로 이 깃발들이다. 야성이 살아있는 강열한 햇빛 속에서 난반사되어 반짝이는, 펄럭이는 오색 깃발은 온통 가시광선으로 변하여 두 눈을 찌르기에 더욱 현란하게 느껴진다. 더구나 그 펄럭임 소리는 그렇지 않아도 산소부족으로 잠을 설치게 마련인 잠자리까지 따라 들어와 마치 새의 펄럭임 소리 또는 새무당의 몸짓소리 같은 환청으로 이어져 귓가를 맴돈다. 그렇기에 이 다르촉은 이 땅을 다녀간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남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가장 강력한 티베트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르촉이 언제부터 그렇게 설역고원을 덮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먼 옛날 원시 샤먼들이 민간신앙 차원에서 신계(神界)와 속계(俗界)를 구분하던 경계 표식기 역할로 그냥 색깔 있는 천을 걸어서 경계를 짓던 것들이 점차로 그 의미와 형식이 부여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이 있다.

티베트어로 그냥 ‘깃발’이란 뜻의 넓은 의미의 다르촉 중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의미 있는 문양은 ‘룽따’, 즉 ‘바람의 말’의 형상이었다. 바람 많은 고원에서 사는 그들은 바람을 신[Lha]의 뜻을 전하는 전령이라고 생각하여 바람을 상징화하여 말로 표현하였다.

 

여기 한 장의 목판화를 보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 중앙에 온갖 치장을 한 말이 있고 그 위 말안장에는 불꽃이 실려 있다. 여기서 불꽃은 빛과 영혼을 의미한다. 그리고 말은 근대문명이 달리는 기계를 만들어내기 전까지수천 년 동안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었다. 더구나 영계의 하늘을 날아야 하기에 날개 달린 천마가 필요하였다.

‘바람의 말’에 불꽃을 얹어 놓은 ‘룽따’의 형상이 정형화 된 유래와 시기는 아마도 B.C 6세기에 출현한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타교(Zoroaster)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뵌뽀와 배화교는 여러 면으로 연관이 많다. 두 종교는 빛을 숭배하였고 지리적으로 인근한 지방에서 출현하였고 그리고 배화교의 전성기인 2세기, 페르시아의 샤산왕조 시기에 뵌뽀의 교조인 센랍 미우체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두 종교가 모두 이원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과 두 교조가 모두 31살에 성도를 했다는 등도 같은 궤도를 그리고 있다. 또한 배화교의 제자 중에 황인종 유목민이 있어 그들의 고향에 전교를 하였다는 기록이나 또한 두 종교가 이른바 사향길[麝香之路]을 통하여 설역고원에 전파되었다는 배경 등을 종합해보면 배화교가 뵌뽀에게 끼친 영향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그리고 룽따에 나타나는 불꽃도 이의 중요한 근거중의 하나이고 또한 배화교의 죽음의 신인 이마(Yima)가 야마(Yama)로 이름만 바꾼 채 여전히 무서운 모습으로 설역고원의 중생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이 룽따는 우리 경주의 천마총(天馬塚)에서의 백마도의 역할처럼 일종의 무마(巫馬)였다. 깃발은 바람을 부른다. 바람이 불어야 무마가 달려오는 것이 아니다. 말이 새겨진 깃발만 허공에 달아 놓으면 바람이 달려오는 것이다. 상상해 보라. 날개 달린 천마가 영혼을 싣고서 바람을 타고 티베트 광야를 나는 광경을 말이다. 그 얼마나 환상적인가?

‘무당 말’의 기능은 신과 인간 사이의 의사전달 말고도 죽은 자의 영혼을 실어 나르는 역할도 하였다. 티베트인들의 장례의식 기록에는 고개, 나루터 등의 구절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영혼이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배경으로, 이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죽은 자의 영혼이 빠르고 안전하게 천계에 도착하기를 기원하여 이‘바람의 말’이 새겨진 깃발을 고개, 나루터 같은, 행인이 거처 가야만 하는 곳에 이정표로 돌무더기 탑을 쌓아 나무 깃대를 꽂아 높이 걸어 놓았던 것이다.

그러면 바람은 불어오고‘무당 말’은 하늘을 나는 것이다. 돈황본고문서 속에 「제마경(祭馬經)」이란 특이한 기록이 있다. 이 속에는 금마, 은마 사이에서 태어난 포푸차오용이란 이름을 가진 천마에 대한 전설이 실려 있다. 한 구절 만 인용해보자.

 

 

원하옵건대 천마여!

산 사람의 몸을 태우듯이 죽은 이의 영혼을 태워서 들짐승처럼 빠르게 남쪽에서 똑바로 북쪽으로 가라. 사자(死者)가 아홉 산을 넘을 때 다리 힘이 부족하면 그의 다리가 되어…

 

 

티베트학자 토마스(WH Thomas)도 위의 문서를 정리하고 천마의 족보를 언급하고 있다.

또 다른 룽따의 역할은 잡귀를 쫓는 벽사(酸邪)에 있었다. 다시 한 번 룽따를 보자. 천마의 사방에 매, 봉, 용, 사자, 호랑이가 새겨져 있다. 이는 사방의 방위를 맡은 신성한 호위 동물들이다. 이들과 오색천의 의미는 후에 중국의 음양오행사상이 전래됨에 따라 생겨난 새로운 형태이지만, 또한 자연의 색깔을 상징하는 의미도 부여 되었다. 황은 중앙과 황토를, 백은 동방과 흰 구름을, 홍은 서방과 불을, 청은 남방과 푸른 하늘을, 녹은 북방과 녹색 물을 의미하고 있다는 식이다.

룽따의 역할중에 기원(祈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후에 불교가 뵌뽀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생긴 것인데, 주로 티베트불교의 상징인 길상팔보(吉祥八寶)가 천마를 밀어내고 자리 잡게 되면서 복과 운세를 비는 내용의 불경구절이 빈 공간에 추가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옴 마니 반메 훔” 같은 가장 일반적인 진언들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였다는 말이다.

 

한 번 더 정리해보면 다르촉은 처음에는 눈에 잘 띄는 원색의 천을 사용하여 길가의 이정표시를, 또는 신성한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나 점차로 의미가 부여되면서 신들과의 교감방법으로, 영혼을 실어 나르는 송혼마(送魂馬)로, 벽사용으로, 다시 불보살의 가피력에 의지하여 개인의 소원과 복을 비는 용도로 변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지가 특별히 이 다르촉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물론 우리 한민족의 수 천년된 습관성 행위의 유전인자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것에 매료 되였기 때문이다. 그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과 그 찬란한 햇빛 아래서 펄럭이는 오색 깃발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영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나도 그것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것으로 굳어 졌다. 그래서 설역고원에 올 때 마다 각기 다른 내용의 깃발을 목판에 새겨 수백 장씩 찍어서 가는 곳 마다 걸게 되었다. 일종의‘행위예술작업’인 셈이다. 예를 들면 티베트어와 한글로 날자와 글귀 등을 써 넣지만 그러나 다르촉 본연의 취지는 계승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해동의 나그네가 만든 오색 깃발이 설역고원 곳곳에 휘날리면서 지나가는 영혼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 제작  한글판 룽따형 다르촉

 

 

 

룽따문양 다르촉

 

 

가가로형 다르촉 

 

만다라형 다르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