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망명한 티베트 불교의 최고지도자 달라이 라마(80)는 1995년 5월 당시 6세이던 겐둔 치아키 니마(Nyima·사진)를 티베트 불교 2인자인 ‘판첸 라마’로 선정했다. 그는 티베트 전통에 따라 환생(還生)한 판첸 라마를 찾아다닌 끝에 6세 소년 니마를 점찍은 것이다. 그러나 소년과 가족은 곧바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달라이 라마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당국이 이들을 비밀 장소에 연금했기 때문이다. 티베트인과 세계 인권 단체는 6세 판첸 라마를 “최연소 정치범”이라고 부르며 석방을 요구했지만, 중국 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중국이 판첸 라마가 사라진 지 20년 만에 그의 근황을 처음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자치구 설립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중국) 교육을 받았고, 평범하게 살고 있으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이 통신에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삶이) 방해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달라이 라마 집단(티베트 독립 세력) 때문에 한 소년이 20년 동안 보통 사람으로 살지 못했다”며 “달라이 라마는 소년과 가족에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6세 소년의 20년 실종 사건을 달라이 라마 탓으로 돌린 것이다. 중국은 또 달라이 라마가 임명한 판첸 라마에 대해 “불법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20년 전 중국은 6세 소년 니마를 감춘 뒤 5세 소년이던 기알첸 노르부(Norbu)를 판첸 라마로 선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티베트인은 중국이 뽑은 판첸 라마를 ‘가짜’ 또는 ‘꼭두각시’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자신이 정한 판첸 라마를 티베트의 유일한 종교 지도자로 대우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6월 ‘어용’ 판첸 라마를 만나 “티베트 불교와 중국 사회주의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중국이 정한 판첸 라마는 시 주석에게 ‘하다(哈達·경의를 표하는 흰색 스카프)’를 건네며 “조국 통일과 민족 단결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티베트 독립 세력은 올해 80세인 달라이 라마가 입적한 이후를 걱정한다. 중국이 판첸 라마를 정한 것처럼 최고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맘대로 세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티베트는 더 분열하고, 독립은 더 멀어지게 된다. 현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불교의 환생 전통을 깨고 생전에 후계자를 정하려는 것도 ‘꼭두각시’ 달라이 라마의 출현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은 ‘티베트 자치구 50년 백서’를 통해 “티베트 국내총생산(GDP)은 1965년 3억2700만위안에서 지난해 920억8000만위안으로 50년간 281배가 늘었다”며 “이는 연평균 12.4%의 고속 성장을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티베트에선 2009년 이후 140여명이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焚身)했다. 테러가 아닌 비폭력 저항 운동을 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