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사람은 ‘나’라는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최고의 행복을 위한 권리와 고통을 극복할 권리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라는 느낌을 기초로 인간의 역사 전체는 발전되었습니다. 불교에 의하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곤충도 ‘나’라는 느낌을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인간과 다른 생명체 사이에는 지성이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지성이라는 위대한 능력 때문에 인간은 진보되었습니다. 인간은 과거를 기록하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현대의 과학은 수백만 년 전에 일어난 일도 조사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인간의 지성은 의심과 두려움을 일으킵니다. 다른 동물보다 인간은 두려움에 대한 상상력이 발달되었습니다. 또한 인간은 많은 갈등을 겪습니다. 사회내부, 국가 간, 인류내부, 가족 사이, 개인 내면의 갈등 등 무수한 갈등에 시달립니다. 갈등과 모순은 지성이 만든 다른 관념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지성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또 다른 근원입니다. 하지만 결국 지성을 이용하여 갈등과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 중 인간이 가장 말썽꾼입니다. 인간이 없다면 이 지구는 더 안전해지리라고 저는 생각해봅니다. 물고기들, 새들, 작은 동물들이 해방감을 즐길 것입니다.

인간의 지성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성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지구에 피해를 덜 입히고 인간들도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달려 있습니다. 즉,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지성을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성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까요?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면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말씀드릴 것입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 열쇠는 개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 공동체의 변화도 개인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개인이 착하고 평화롭게 변화하면 가족의 변화, 부모의 변화, 그리고 그 자녀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주변의 나쁜 요소들이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썽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면 주위의 환경이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태도입니다. 이것이 행복을 위한 또 다른 요소입니다.

 

주변상황이 적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정신태도가 올바르다면 개인 내면의 평화는 깨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개인의 정신태도가 올바르지 않다면, 주변에 최고의 친구와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도 그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신태도가 외부의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필요한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비심, 즉 남을 보살피는 마음입니다.

 

자비심은 집착도 동정심도 아닙니다.

자비심이나 사랑이란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친밀감을 말합니다. 때때로 자비심은 동정심을 수반하지만 이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진정한 자비심은 동정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경심과 타인도 나와 마찬가지로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으로 시작됩니다. 이 같은 인식을 갖고 다른 사람을 보면 진정으로 그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우리가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은 자비심이 아니라 애착에 가깝습니다. 진정한 자비심은 공정해야 합니다. 소수의 친구에게 자비심을 느끼고 적이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비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같은 자비심은 편파적이고 부분적인 자비심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비심은 다음과 같은 인식에 기초해야 합니다. ‘남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행복할 권리를 가진다. 나의 적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남을 염려하는 마음이 자비심입니다. 내게 적대적이든 호의적이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자비심입니다.

 

자비심은 내면을 강하게 만듭니다.

자비심의 한 단면은 남을 보살피는 책임감입니다. 이 같은 책임감이 생겨나면 저절로 자신감이 커지고 두려움이 적어지고 결단력이 생기게 됩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단을 내렸다면 몇 번 실패해도 계속 노력합니다. 이 같은 낙관적이고 결단력 있는 태도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비심이 있으면 내면의 힘이 생깁니다. 자비심과 더불어 내면의 문을 열고 동료나 다른 중생들과 진심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미움이나 나쁜 감정이 있다면 상대방도 비슷한 느낌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의심과 두려움 때문에 거리가 생기고 의사소통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우리는 외롭고 소외된 것처럼 느낍니다. 우리 자신의 감정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이 우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으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친절할 것을 예상하는 것은 모순일 것입니다. 화목한 주위환경을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그 분위기를 위한 기반을 제공해야 합니다. 남들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화목해질 기반을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이 같은 노력 후에도 남들이 여전히 부정적으로 대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해도 합당합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 호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도 나와 같은 인간입니다. 저는 그의 미소와 치아와 눈망울을 보면서 그가 인간임을 알고, 같은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피부색이 다른 것을 제외하고는 육체적인 면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머리 색깔이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면에서 우리가 똑같다는 것입니다. 그런 확신을 갖고 그에게 다가갑니다. 다른 사람도 제 태도에 따라 반응하고 친구가 됩니다. 실패할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상황에 맞추어 행동합니다.

개개의 사람들이 우리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자비심은 저절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화와 만족을 느낍니다. 짐승이나 새들도 안심하고 자비로운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오십 년쯤 전, 저는 라사에 있는 ‘노블랑카’ 여름궁전에서 새를 몇 마리 길렀습니다. 그때 나이든 시종이 한 명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불친절해 보였습니다. 눈은 부리부리하고 엄격해 보였습니다. 그는 작은 앵무새에게 땅콩 등의 먹이를 주곤 했는데 그의 발자국 소리가 나면 앵무새는 들떠서 좋아했습니다. 그는 새에게 아주 친절했고 새도 그를 아주 잘 따랐습니다. 저도 그 새에게 먹이를 주었지만 그 새는 전혀 호의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반응이 달라지길 기대하며 작대기로 새를 찔러 보았는데 결과는 아주 부정적이었습니다. 제가 새보다 센 힘을 휘둘렀기 때문에 새가 반발했던 것입니다.

진실한 친구를 원한다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친구가 아주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얼굴에 미소를 감돌게 하려면 우리가 무표정하고 의심에 찬 얼굴을 하면 안 되겠지요. 만일 권력이나 돈이 있다면 억지웃음을 짓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실한 미소는 자비심에서 나옵니다.

 

출처: The Dalai Lama Four Noble Truths (‘달라이 라마 삶의 네 가지 진리’라는 제목으로 도서출판 숨이 2000년 출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