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양에서는 죽음에 가까이 근접했거나 임상적으로 죽었다가 다시 소생한 사람들이 겪은 경험담에 붙인 “임사 체험”이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꽤 익숙하다.
임사 체험은 역사를 통해 모든 신비적이고 샤머니즘적 전통에서, 또한 플라톤, 교황 그레고리, 수피교도의 몇몇 위대한 스승, 톨스토이, 그리고 칼 융에 의해서 제시된 바 있다.
지나간 역사로부터 내가 즐겨 드는 실례는
18세기 영국의 위대한 역사가이자 수도사였던 비드(Bede)가 증언한 이야기이다.
이 무렵 옛날에 일어났던 일들처럼 기록할 가치가 있는 기적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영적인 죽음으로부터 삶을 일깨우기 위해,
죽었던 어떤 남자가 육신으로 돌아와 그가 겪었던 주목할 만한 많은 일을 전했다.
나는 여기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몇 가지를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노섬브리언스에 독실한 신앙 생활을 하던 것으로 알려진 커닝햄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의 가장인 커닝햄 씨가 병이 들어 점차 악화되었다.
그는 어느 날 밤 이른 시각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새벽에 그는 되살아났다.
죽은 그가 갑자기 일어나 앉자, 시신 주위에서 울부짖던 사람들은 대경실색해서 달아났다.
오직 그를 극진하게 사랑하는 아내만 그의 곁에 남아 있었지만, 그녀 역시 두렵고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이렇게 말해 그녀를 안심시켰다.
“놀라지 마시오. 나는 죽음의 손아귀에서 정말로 벗어났다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살도록 허락받았소.
하지만 예전에 살았던 것처럼 살지 않고 매우 다른 방식으로 살 거요.”
그 후 오래지 않아 그는 모든 세속적 책무를 포기하고 멜로스의 수도원에 들어갔다.
비드는 계속해서 이렇게 증언했다. 그는 자신이 죽었을 때 경험한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빛나는 옷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나를 안내했다. 그는 북서 방향으로 말없이 걸어갔다. 우리는 계속 여행해서 아주
넓고도 깊은 계곡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 도착했다…… 그는 나를 어둠으로부터 끌어내 밝은 빛이 충만한 곳으로 이
끌었다. 그가 환한 빛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자, 내 앞에는 길이와 높이가 모든 방향으로 무한정하게 뻗은 듯한 거대
한 벽이 보였다. 그 벽은 문, 창문, 출입구도 보이지 않아서 우리가 벽을 어떻게 지날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벽에
도착하자, 즉시(나도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벽의 꼭대기에 있게 되었다. 그 안에 매우 넓고 쾌적
한 초원이 있었다…… 모든 곳에 빛이 흘러넘쳐 한낮 태양 빛의 밝음보다도 한층 밝아 보였다……
이어서 안내자가 말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몸으로 되돌아가 사람들 사이에서 더 살아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더욱
주의 깊게 행동하고 말과 처세를 덕망 있고 정직하게 하도록 노력한다면, 당신이 정말로 죽었을 때 지금 본 것처럼 행
복한 영혼들 사이에 당신 역시 거처를 얻게 될 것입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잠시 떠나는 것은 당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했을 때에 나는 몸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그곳의 쾌적함과 아름다움,
거기서 만난 친구들로 인해 기뻐 어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안내자에게 감히 질문을 던질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나는 돌연 이 세상의 사람들 사이에 살아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비드는 다음 말과 함께 그의 증언을 마감한다.
"신에게 헌신하는 이 사람은 그가 직접 보았던 이런저런 것들에 관하여 무관심하고 경망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성스러움 안에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만 전해 주려 했다."
현대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임사 체험의 범위에 새로운 흥미로운 차원이 부가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나 심장 마비, 심각한 질병, 또는 수술이라든가 전쟁으로 인한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아났다.
임사 체험은 이제 상당한 양의 과학적 탐구와 철학적 사색의 주제로 자리잡았다.
권위 있는 갤럽의 1982년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 중 8백만 명 이상, 또는 20명에 한 명 꼴로 적어도 한 번의 임사 체험을 경험했다고 한다.
바르도 상태를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경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남의 경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임사 체험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임사 체험의 다양한 국면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양상, 즉 “핵심 체험”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l 임사 체험자는 어떤 고통이라든가 육체 감각, 두려움 없이 어떤 느낌, 평온함, 행복감을 이전과 다른 상태로 경험한다.
l 임사 체험자는 사이렌 소리 또는 급히 진행되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고, 육신에서 벗어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이른바 “육체 이탈 경험”이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종종 그 위 어딘가의 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의 시각과 청각 능력은 증대된다. 그들의 의식은 분명하고 생생하게 깨어 있다. 그들은 심지어 벽을 통과할 수 있다.
l 임사 체험자는 다른 현실을 의식하게 된다. 예컨대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차원 없는 공간을 떠다니기도 하고, 급속도로터널을 통과하기도 한다.
l 임사 체험자는 빛을 보게 된다. 처음엔 저 멀리 떨어진 하나의 점이었다가 자력(磁力)이 있는 긋 그를 향해 끌려 내려와 곧 빛과 사랑으로 그를 감싼다. 이 빛은 거룩한 아름다움으로 눈을 매혹시키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눈을 상하지는 않는다. 몇몇 체험자는 “빛의 존재”, 즉 빛을 발하는 전능한 존재와의 만남을 증언하는데, 소수의 체험자는 자비와 사랑으로 충만한 신 또는 예수라 칭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 존재와 함께 이 생에서 행한 모든 선하고 악한 일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것이다. 그들은 그 존재와 텔레파시로 의사 소통하고, 시간과 공간 같은 일상적인 모든 개념이 무의미하게 되는 차원, 시간 개념에서 벗어나 축복으로 가득찬 차원에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임사 체험이 일상적 시간 관념상 단지 1, 2분 정도 지속될 뿐일지라도 그 체험 내용은 아주 정교하고 풍족할 수 있다.
l 몇몇은 천국 같은 광경과 건물, 천상의 음악이 들려오는 불가사의하게 아름다운 안쪽의 세계를 보고 하나로 합일되는 느낌을 받는다. 지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무서운 지옥의 모습인 듯한 장면으로 보고하기도 한다.
l 임사 체험자는 그들이 넘어갈 수 없는 경계선에 도달하기도 한다. 몇몇은 먼저 죽은 친척과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는 일도 있다. 그들은 때로는 소명 의식과 봉사 정신으로, 때로는 가족을 보호하고 돌보기 위해, 때로는 아직 성취하지 못한 삶의 목적으로 위해 자신의 육신과 이생에 되돌아올 것을 결정(종종 마지못해)하거나 또는 그렇게 하도록 유도된다.
임사 체험 보고 자료에서 계속해서 제기하듯, 임사 체험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이런 경험을 직접 겪은 사람의 삶과 사는 방식, 직업, 그리고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변화다.
그들은 고통과 죽어감의 두려움을 잊을 수는 없겠지만,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는 잊게 된다.
그들은 한층 관대해지고 사랑을 널리 베풀게 된다. 그들은 정신적 가치, “지혜의 길”, 그리고 대개의 경우 특정한 종교의 도그마보다는 만인에게 공통되는 영성(靈性)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 임사 체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티베트 사자의 서>를 읽은 몇몇 서양의 작가는 티베트 전통에서 가르치는 바르도와 임사 체험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 양자 사이엔 흥미를 돋구는 유사점이 있는 듯하지만, 세목을 바르도 가르침과 얼마나 정확하게 관련 지을 수 있을까?
이는 이 책의 범위를 넘은 특별한 연구가 요구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엿볼 수 있는 일련의 유사성과 차이점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