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로 만나는 티베트
Open Road
이것은 중단된 여정의 기록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얼마 전, 목숨을 걸고 티베트로 ‘돌아’가려던 티베트인 60명의 시도는 국경을 눈앞에 두고 좌절됐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티베트인이 티베트로 돌아간다는 의미
중간중간 삽입된 인터뷰 외에 어떤 연출도 없이 거칠게 촬영된 30분 남짓한 영상은 5년 전 여름 은밀하게 진행됐던 비밀작전의 가감 없는 기록이다. 화면에 등장한 비장한 표정의 티베트인 중 누구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들의 안중에는 목숨을 건 비밀작전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일 터다. 만일 작전이 성공했다면 그들은 지금쯤 목숨을 잃거나 중국 감옥에 수감돼 갖은 고초를 겪고 있겠지만, 그들의 계획은 국경을 눈앞에 두고 인도 경찰에 의해 좌절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무렵은 티베트인들에게 희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시기였다. 많은 티베트인이 올림픽으로 중국에 집중된 세계의 시선이 티베트 문제에도 관심을 갖길, 그리고 그 관심이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 희망이 티베트에 봉기를 일으켰고, 그 결과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당하거나 투옥됐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은 중국 정부에 의해 비밀에 부쳐졌다. 보람도 없이 스러져간 아까운 목숨들은 티베트 밖 티베트인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시인이자 운동가인 텐진 춘데를 중심으로 모인 60명의 티베트인은 티베트 안 티베트인들의 희망과 고통에 동참하고 그들을 희생시킨 중국 정부를 온 세상에 고발하기 위해 티베트에 가기로 뜻을 모았다. 그들 중에는 환생 라마 싱자 린포체를 비롯해 수도승이 많았지만, 일반인들도 있었다.
중국 점령 이후 많은 티베트인이 티베트 밖으로 빠져나왔다. 국경을 넘는 길은 목숨을 건 여정이고, 실제로 아까운 목숨들이 국경 안팎에서 스러져갔다. 하지만 다시 국경을 넘어 그들이 도망쳐 나온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나올 때는 국경만 무사히 넘으면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티베트로 돌아가는 길은 성공한다 해도 죽거나 중국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끝날 길이었다. 슬픈 결말뿐인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절망으로 느껴지겠지만, 그 길을 택한 60명의 티베트인은 희망을 믿고 있었다. 그들 개개인의 희망이 아닌, 그들의 조국 티베트의 희망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폭력을 지킬 것을 서약하고, 어떤 순간이 와도 그들을 핍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까지 기도하자고 다짐한다.
중제> 행동하는 티베트인, 자유와 평화를 외치다
비밀리에 준비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됐던 그들의 계획인 결국 미완에 그쳤다. 아마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티베트 운동가들을 감시하고 있었을 인도 경찰이 국경 근처에서 그들의 계획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티베트 국경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60명 티베트인의 실패한 작전은 BBC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들은 미묘한 정치적 상황이나 스스로의 안위를 따지지 않고 티베트의 자유를 위해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도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달라이 라마와 망명 지도자들의 공식적인 지지도 받지 못한 채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중국과 인도뿐 아니라 티베트 망명정부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티베트로 돌아가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치니 분리 독립이니 하는 정치적 수사 대신 “티베트는 티베트인의 나라”라고 “우리는 단지 우리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뿐”이라고 “티베트를 자유롭게 놔두라”고,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도 있어야 억울한 티베트인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지 않을까?
티베트의 자유를 위해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60명의 티베트인들은 경찰에 체포되어 국경에서 먼 곳으로 보내지거나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구금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도, 그들에게 아직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한, “투쟁은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행동에 옮기고 있을 것이다.
